자본주의1 대리사회 - 김민섭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나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발화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일산으로 가는 손님은 가는 내내 방귀를 뀌었다. 어디서 독한 냄새가 계속 스멀스멀 올라왔다.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그런 티는 못 내고 있었는데 그가 먼저 “아유, 독하네……” 하고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냄새가 심했다. 독한 것 같으면 창문을 좀 열어주시죠, 하고 말하고 싶었으나 묵묵히 숨을 얕게 쉬면서 운전했다. 자유로에서만 네 번은 방귀를 뀌었나 보다. 그때마다 민망해하면서도 창문은 절대 열지 않았다. 대리기사라지만 방귀 냄새까지 다 맡아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에게는 창문을 열 자유가 없었다. 그가 아유 독하네, 하는 대신 창문을 열어.. 2021. 3.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