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__
역사와 운명에 걸려 넘어지고 깨지고 죽고 허허로워도 나란히 걷는 담담한 인생의 미학
푸구이, 자전, 펑샤, 유칭, 얼시, 쿠건
이 인생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애가 하나 같이 딱하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맺히는 가난과 전쟁에 대한 투쟁의 삶이었다.
위화의 소설이 뛰어난 가치를 갖는 이유는 가난이라는 시대성과 빠르게 변화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듭 피어나는 삶과 사랑의 의지와 기쁨과 슬픔들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너무 괴로운 이야기들의 연속이어서 눈물을 참기가 힘들고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고통을 대리한다. 분명 신은 없다 싶을 정도로 뼈저리도록 지나치게 괴로운데 삶은 그럴수록 값진 것임을 아이러니하게 깨우친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꽃처럼 말이다.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불평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기며 살자고 다짐하게 만드는 푸구이의 가족들의 모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찢어지게 가난하고 힘든 삶의 모습을 보자 저절로 읽는 이의 삶의 의지나 동력이 탄력을 받는다. 나의 가족이 되는 아이도 한명 낳고 싶어지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즐기며 지혜롭게 이겨내야지 하는 힘이 생긴다. 비록 힘들고 뼈저린 고통이 있을지언정 그것이 인생이기에..
소설의 배경은 20세기 초의 가난한 중국 인민의 삶을 그린다. 정치 사상을 확산시키고 무력을 통해 세력을 확장하려는 권력자들의 노력 속에 인민들은 고단한 삶을 하루하루 이어간다. 그들의 프라이버시란 없고 그저 국가의 가치가 우선하던 시대였다.
읽다보니 중국혁명, 대약진, 문화대혁명, 마오쩌둥, 장쩌민.. 중국 현대사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다만, 아무리 몰입을 하려 해도 푸구이나 가족들의 일상 속의 대처방식에는 동의하기 힘들었다.
배경이 워낙 열악하고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지만 가장인 푸구이의 무능력함과 안일한 태도는 내리막길 인생에 기름을 부어버렸다. 보통의 아이큐라면 그럴 수는 없다. 푸구이는 그당시 힘없이 희생당하고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는 민중들을 대표적으로 대변하는 인물로서 역할하지만, 그의 태도나 역량이 여지없이 형편없는 수준(지혜가 아예 없는 수준)이다.
놀음에 빠져 가족이 죽어가는줄도 모르고 살고, 술독에 빠져 일을 게을리하고, 전쟁에 휩쓸리는 바람에 가계는 엉망이 된다. 전쟁터에서도 그의 역량은 형편없었는지 유독 그의 주변 전우들은 그와 목숨을 달리한다.
물론 시대적 상황을 내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기에 이런 비판적 사고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내 입장에서 몇 가지 떠올려 볼만한 교훈 중 단 하나가 있었다. 무능력한 가장이 되어 최소한 가계를 파탄나지 않게 하는 팁이랄까.
'의학 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 생명, 인간의 행복의 핵심이다. 반드시 우리 가족 곁에는 최고급 병원이 있어야 하고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받쳐줘야 한다.
늙은 푸구이는 농사꾼으로서 그동안 모은 돈으로 죽기 직전의 늙은 소를 산다. 참 비이성적이고, 비경제적인 선택이다.
푸구이는 그 늙은 소를 통해 다만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다. 그러면서 말하길... (일종의 지나친 자기연민이라고 본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 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위화가 쓴 이 소설은 말한다.
인생의 수많은 불행을 피하는 기술이나 처세술들의 그 위에 인생이라는 것, 산다는 것 본연의 가치가 놓여있어야 한다.
인생은 다 그런거야,의 달콤 버전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작가 위화는 이 소설의 제목을 뻔하지만 인생이라고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
삶 속의 수많은 지혜롭고 기술적이고 전략적인 요량이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삶의 연대기에서 봤을 때 내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주어진다 한들 그 역시 내가 털어내고 이겨내는 과정이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감사함을 잊지 않고 후회가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한 마디로 말하면,
산다는 것은 내 사람들과 즐기는 것이다.
이것이 이 소설이 던지는 아이디어다.
다들 이성적으로만 살아라고 말하지 않나. 누구나 그럴 수도 없고 그렇기에 삶이, 소설속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모두 내 방식대로 내 고집대로 평가하고 재단하지 않는 버릇을 배우게 된다. 그래서 소설 읽기는 관조적 시각의 향상을 이루고,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한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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