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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

모순 - 양귀자

by 영군짱 2021. 3. 30.

양귀자 모순

치열한 밥벌이로 책 읽을 시간조차 넉넉하지 못하신 어머니가 웬일로 내게 책을 추천하신 적이 있다.

 
그 당시 한번 읽고 내팽겨쳐 두다가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때에 맞게 느껴지고 다가오는 바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읽은 '모순' 속의 이야기는 꽤 뜻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안진진.

결국은 인생은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탐구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그녀의 일생을 통해서 저는 저의 일생과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안진진의 삶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의 나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안진진이 평생 몹쓸 모습만 보여주던 아버지를 자신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때, 그 모순적인 일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더욱 깊어짐을 깨닫는다.

 
행복하게 보이고 잘 나가는 듯 보이는 이모의 삶과 엄마의 삶을 늘 비교하면서 살아온 안진진이, 그런 이모의 자살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다사다난하고 우여곡절 많고 힘겹게 살아온 어머니의 삶이 차라리 부럽다고 말하던 이모를, 너무 착하기만 한 주리의 모습을 보면서 안진진은 삶의 '모순'적인 면을 발견한다. 그 사건은 한차원 더 인생을 감당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는 의지를 갖게 되는 계기가 된다. 앞으로의 어떠한 삶의 모습에도 지치고 쓰러지지 않을 자신을 갖게 된, 강하고 깊은 사람이 되겠다 말한다.

 
갑작스럽지만 재미있었던 사실은 안진진의 결혼이었다. 너무 뜨거워서 델 수도 있을 진실은 숨기고 무작정 잘 보이고만 싶었던 대상, 김장우와 헤어지고 끝내 나영규-먼저 다가와주고 숨길게 없던 대상-에게 마음을 연 것은 놀라웠다.

자신에게는 없던 것을 가진 나영규, 그런 삶을 함께할 그와 결혼한다. 안진진은 충격적인 이모의 죽음을 계기로 자신의 삶에서도 '평탄하다'는 말과는 정반대인 삶을 택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뜨거운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서는 인간사의 이 모순과 같은 모습 때문에 인간의 삶은 모두 다채롭고 나름의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닐까.

어쩌면 유례없이 이 책을 내게 추천했던 어머니는 이미 이런 깨달음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그 힘겹고 모난 삶을 견뎌내고 행복하게 받아들이며 살려는 것은 아니었을까.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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