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대를 하루키의 영향을 빼놓고 말할 수가 있을까? 저자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빠져 몰입하듯 하루키의 세계에 빠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하루키에 대해 조금 거리감을 갖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논할 수 있게 됐다. 나역시 마찬가지로 <상실의 시대>와 <태엽 감는 새>에서 완전히 '하루키 빠'처럼 몰입하고 공감하면서 빠져들었지만, 지금은 또 그렇지는 않고 오히려 비판적인 면이 있다. 물론 여전히 하루키의 에세이는 재미가 있다.
저자는 평소 서점에 가면 여행 코너에 쳐박혀서 한참 낯선 곳의 이야기를 읽는 편이라고 한다. 빠른 시일 내에 갈 계획이 없는 곳이더라도 마치 갈 거처럼 구체적으로 무엇을 먹고 어디를 볼지 알아보는 편인데 그렇게 낯선 곳에 대해 탐닉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은 구체적인 목표와 일정이 정해져야 그제서야 부랴부랴 움직이는 편이다. 저자는 낯선 곳에 대한 탐닉과 연구 자체를 즐기는 듯 하다. 경험상 공직에 있거나 딱딱한 조직에 있는 자유로운 성향의 개인들의 경우, 특히나 역마살이 보이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는데 저자도 그런 성향인 듯 하다.
강력범죄를 담당하는 형사 재판장이었던 시절, 너무 지쳐 인도행 비행기를 무작정 결제했다는 부분에서는 동질감을 느꼈다. 나 역시 대학 시절 그렇게 무턱대고 인도행 비행기를 탔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갔던 인도에서 소똥을 밟고 개에 치이고 여러 억울한 일을 겪고 실망을 하고는 류시화를 원망했다는 부분에서 웃고 말았다. 바라나시에서 가트에 놓여진 덜 탄 시신들을 보며 '책보다 늘 삶이 크다'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박수가 나왔다.
개인이 책을 읽고 그 히스토리를 통해 인생을 뒤돌아보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인데 이 책에서 그 일을 해냈다. 책벌레가 되고 싶은 게으른 독서가로서 저자의 책읽기에 감탄했고 닮고 싶었다. 자신이 독서에 취미가 있고, 책 벌레라고 생각하는 30대 이상은 모두 소소하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쾌락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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