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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6

라쇼몽 -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이 소설을 꺼내 읽으면서 그 옛날 어찌 이런 상상력을 지닌 자가 있었을까 감탄하게 되었다. 지금봐도 매우 초현실적이고 괴기스러우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으며, 결국 인간과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위대함이 보인다. 간략하게 책 속의 이야기들에 대해 소개하자면, 「지옥변」은 훌륭한 플롯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자랑해서 단숨에 읽었다. 읽는 내내 참 재미있게도 썼다, 지금 다시 영화화해도 잘 되겠다 싶은 이야기였다. 병풍의 그림 한 폭을 완성시키기 위해 자신의 딸을 희생시키는 광적인 내용으로써 그릇된 인간의 욕심을 그려냈다. 「투도」와 「갓파」 역시 책을 놓을 수 없게 독자를 이끄는 힘이 있으며, 세밀한 묘사와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인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점귀부」에서는 자기고백적인 이야기를 .. 2021. 3. 30.
모순 - 양귀자 치열한 밥벌이로 책 읽을 시간조차 넉넉하지 못하신 어머니가 웬일로 내게 책을 추천하신 적이 있다. 그 당시 한번 읽고 내팽겨쳐 두다가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때에 맞게 느껴지고 다가오는 바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읽은 '모순' 속의 이야기는 꽤 뜻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안진진. 결국은 인생은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탐구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그녀의 일생을 통해서 저는 저의 일생과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안진진의 삶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의 나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안진진이 평생 몹쓸 모습만 보여주던 아버지를 자신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때, 그 모순적인 일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더욱 깊어짐을 깨닫는다. 행복하게.. 2021. 3. 30.
11분 - 파울로 코엘료 이 소설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중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술술 읽히는 묘한 재미가 있다. 제목 11분이 의미하는 바는 '평균적인 남자 기준으로 섹스에 걸리는 시간'이다. ‘옛날 옛적에 마리아라는 창녀가 있었다’라는 구절로 소설은 시작한다. 작가는 ‘사랑’과 인간의 ‘성에 관한 본능’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렇게 극단적인 설정을 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매춘녀의 복잡다난한 시선으로 세상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또 수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면서 내면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는다. 그러면서 얻는 결론은 결국 ‘11분’보다 ‘사랑’은 적어도 높은 차원에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매춘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그녀가 선택하는 지점.. 2021. 3. 30.
고슴도치의 우아함 - 뮈리엘 바르베리 이 책은 2019년 트레바리 모임을 하면서 읽었던 책이었다. 트레바리 모임 자체가 다양한 사람을 새롭게 만나면서 어색함이 풀리고 서로 좋은 자극들을 받을 수 있는 모임이었는데, 거기에서 이런 책을 만나게 되어 더욱 뜻깊게 느껴졌다. ​ 온라인에서 지금은 절판 상태로 뜨던데 오프라인은 혹시 모르겠다. 동명으로 영화로도 나와있다. 국내 개봉은 하지 않았더라. 읽는 내내 진도가 나가기 어려워서 힘들었지만(트레바리 팀원들도 모두 힘들었다고 하더라) 읽고 나니 좋은 소설들이 그렇듯 마지막에 촤하하- 하는 카타르시스와 희열이 느껴져서 뜻깊은 소설이었다. ​ 사람은 누구나 사회적 통념, 계급이나 계층적 구조에 따라 편견을 갖게 되고 거기에 인상이 정해지는 등 영향을 받게 된다. 편견이라는 것은 어쩌면 상호 인식하고 .. 2021. 3. 30.
옥상에서 만나요 - 정세랑 요즘 핫한 작가 정세랑의 소설집 중 '옥상에서 만나요' 단편에 대한 단상. ​ 옥상에서 만나요 소설을 읽으며 단지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좀더 폭넓은 '인간의 관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 언니들이 아니었다면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말았을 거라고 말하는 주인공은, 그 간 교감을 나누고 친한 관계였던 언니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점차 자신과 멀어진다. ​ 주인공은 타인의 '결혼'으로 인해 삶을 견디던 연결고리이자 안식처가 없어진다. 누군가에게는 기쁜 일이 누군가에게는 '앗아감', '아픔'을 인식하는 도구로 작용한다. ​ 게다가 주인공은 결혼생활 이후 훌라후프를 집 안에서 돌릴 수 있어서 이전보다는 행복하고 안심된다고 말하는 언니들의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 철저하게 '자기욕구 충족 달성형 과업'.. 2021. 3. 30.
인생 (산다는 것에 대하여) - 위화 한줄평__ 역사와 운명에 걸려 넘어지고 깨지고 죽고 허허로워도 나란히 걷는 담담한 인생의 미학 ​ ​ 푸구이, 자전, 펑샤, 유칭, 얼시, 쿠건 이 인생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생애가 하나 같이 딱하다. 생각만 하면 눈물이 맺히는 가난과 전쟁에 대한 투쟁의 삶이었다. ​ 위화의 소설이 뛰어난 가치를 갖는 이유는 가난이라는 시대성과 빠르게 변화하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듭 피어나는 삶과 사랑의 의지와 기쁨과 슬픔들이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너무 괴로운 이야기들의 연속이어서 눈물을 참기가 힘들고 책을 몇 번이나 덮었다. ​ ​ ​소설을 읽으며 그들의 고통을 대리한다. 분명 신은 없다 싶을 정도로 뼈저리도록 지나치게 괴로운데 삶은 그럴수록 값진 것임을 아이러니하게 깨우친다. 진흙 속에서 .. 2021.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