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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16

나는 광고로 세상을 움직였다 - 데이비드 오길비 데이비드 오길비의 책을 읽기는 오랜만이었다. 한동안 광고를 직업으로 삼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에 제 마음 속엔 여전히 광고에 대한 불씨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다시 광고가 하고 싶어지려고 할 정도다. 광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오길비는 이 책에서 광고인으로서의 우쭐한듯 우월한 깊이와 탁월함과 명쾌함을 보여준다. 그런 그를 닮고 싶다.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을 옮겨서 정리해 본다. 아마 나의 아버지가 광고인이었다면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을까. 혹시 아예 광고는 손도 대지 말라고 하시진 않았을까. AE로 성공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AE자리에서는 스스로 쟁취해낼 만한 기회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 대부분의 승리는 전문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뤄낸다.. 2021. 3. 30.
대리사회 - 김민섭 타인의 운전석에서 내리며, 나의 신체를 되찾는다. 무엇보다 사유하고 발화할 자유를 되찾아 온다. 더 이상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기계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된다. 일산으로 가는 손님은 가는 내내 방귀를 뀌었다. 어디서 독한 냄새가 계속 스멀스멀 올라왔다. 창문을 열고 싶었지만 그런 티는 못 내고 있었는데 그가 먼저 “아유, 독하네……” 하고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냄새가 심했다. 독한 것 같으면 창문을 좀 열어주시죠, 하고 말하고 싶었으나 묵묵히 숨을 얕게 쉬면서 운전했다. 자유로에서만 네 번은 방귀를 뀌었나 보다. 그때마다 민망해하면서도 창문은 절대 열지 않았다. 대리기사라지만 방귀 냄새까지 다 맡아주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나에게는 창문을 열 자유가 없었다. 그가 아유 독하네, 하는 대신 창문을 열어.. 2021. 3. 30.
북유럽 인테리어 여행 - 이시은 이 책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북유럽 3개국의 각 수도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가볼 만한 곳을 다루고 있다. 카페, 갤러리, 쇼핑센터, 호텔, 식당 등을 위주로 북유럽 특유의 개성있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선별해놓았다. ​ 저자는 인테리어 디자인 업체 대표(현재는 폐업한듯)로서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믿음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여행을 나섰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인테리어 업계 종사자로서 북유럽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4개국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상세히 나열한다. ​ 북유럽 하면 막연하게 심플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나름 각국의 인테리어 디자인이 차이가 있다는 점은 모르고 있었다. ​ 덴마크 코펜하겐은 상대적으로 가장 부유하기 때문인.. 2021. 3. 30.
내가 좋아하는 것들, 요가 - 이은채 몸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마음 안으로도 잘 들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는 훌륭한 도구다. 저자의 성향은 내 몸이 어떤지 마음은 어떤지 오랫동안 요가를 하면서 얻어진 습관 때문인지 자기를 객관화하여 바라볼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무엇이고, 영향은 어디까지인지,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는다. ​ ​자신의 문제와 일상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연구를 멈추지 않는다. 몸의 오랜 고질병을 해결하고자 식단도 여러 차례 바꿔가면서 몸의 변화를 살펴봤다는 부분은 매우 상세하게 나오는데 그 치열함에 감탄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의 몸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응을 연구하고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요가를 본인 삶에 이식하고 완성하는.. 2021. 3. 30.
마당 깊은 집 - 김원일 이 소설은 끔찍한 한국전쟁 이후의 혼란하고 궁핍한 사회상을 실감나게 그렸다. 주인공 길남이네와 더불어 부유하지만 비정한 이면이 있는 주인집, 게걸스럽고 앙큼하고 요란스러운 경기댁, 전후 이데올로기의 충돌을보여주는 정태씨의 평양댁, 전쟁으로 몸을 다쳐 대우도 못 받지만 꿋꿋하게 살아가는 준호네, 그 외 주씨, 미천댁, 한주 등의 인물들이 복합적이면서도 다양하게 그려내는 삶의 모습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벅차게 한다. 작가 김원일은 기막힐 정도로 섬세하고 집요하게 기억을 끄집어 내어 그려내는데 특히 길남이의 모습은 이 소설이 난세의 성장소설이라고 불릴만 한 이유다. 뱃가죽 늘어지게 가난한 형편에도 힘겹게 바느질품 팔아 생계를 겨우 잇는 어머니와 길남의 관계는 누구나 어릴 적 겪을 만한 모자 관계이다. 여기.. 2021. 3. 30.
모순 - 양귀자 치열한 밥벌이로 책 읽을 시간조차 넉넉하지 못하신 어머니가 웬일로 내게 책을 추천하신 적이 있다. 그 당시 한번 읽고 내팽겨쳐 두다가 최근에 다시 읽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때에 맞게 느껴지고 다가오는 바가 다른 것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지금 읽은 '모순' 속의 이야기는 꽤 뜻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설 속 주인공, 안진진. 결국은 인생은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살아가면서 탐구하게 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 그녀의 일생을 통해서 저는 저의 일생과 우리 가족을 떠올리게 되었다. 안진진의 삶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의 나와 자꾸 비교하게 된다. 안진진이 평생 몹쓸 모습만 보여주던 아버지를 자신의 삶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때, 그 모순적인 일을 통해서 자신의 삶이 더욱 깊어짐을 깨닫는다. 행복하게.. 2021. 3. 30.
11분 - 파울로 코엘료 이 소설은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 중 널리 알려진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술술 읽히는 묘한 재미가 있다. 제목 11분이 의미하는 바는 '평균적인 남자 기준으로 섹스에 걸리는 시간'이다. ‘옛날 옛적에 마리아라는 창녀가 있었다’라는 구절로 소설은 시작한다. 작가는 ‘사랑’과 인간의 ‘성에 관한 본능’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렇게 극단적인 설정을 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매춘녀의 복잡다난한 시선으로 세상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스스로 또 수많은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면서 내면적으로 많은 갈등을 겪는다. 그러면서 얻는 결론은 결국 ‘11분’보다 ‘사랑’은 적어도 높은 차원에 있다는 것이다. 거대한 매춘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그녀가 선택하는 지점.. 2021.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