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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리뷰

미드 더 퍼시픽 : 전쟁 드라마는 인간에게 무엇을 알려주는가

by 영군짱 2020. 4. 13.

스티븐 스필버그와 톰 행크스가 제작에 참여해서 더욱 유명해진 HBO 드라마 더 퍼시픽.

2020년이 된 지금 왓챠를 통해 2차세계대전 태평양전쟁을 다룬 미드 더 퍼시픽을 다시 보는 중이다. 10년 만에 다시 보는거 같은데 배경지식이 변하고 상황이 달라진 만큼 똑같은 작품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매우 달라서 그러한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다.


1. 전쟁을 떠나기 전 작별인사 하는 시퀀스


내일 당장 집합해서 멀리 배를 타고 떠나는 병사들의 가족들이 같이 모여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한다. 다시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그들은 가족들 품으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무겁고 진지한 의미들에 대한 대화보다는 단순히 어제 있었던 이야기, 니가 나한테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 이 포도주는 맛이 좋다 등 시시한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다. 그럴수록 전쟁의 무서움은 일상적인 것이 더이상 일상적이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 솔로몬제도 과달카날 섬에서 일본군과 연합군 전투


둘이 싸우게 되면서 연합군은 일본군에 전투에서 적을 섬멸시키며 승리한다. 마지막 한 명 남은 일본 군사를 마치 막다른 골목에 다달아서 어찌할 도리가 없어보이는 쥐를 상대하듯 놀려가면서 총을 쏴 위협하고 죽지 않을 정도로 타겟을 맞춰가며 갖고 노는 장면이 있다. 그러자 한 병사가 심장에 총을 겨눠 죽인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이 말한다. "왜 벌써 죽여?"

그 일본군은 고국을 떠나온 연합군들의 사정과 다를바 없이 일본에 역시나 사랑하는 여인 혹은 가족이 있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유년시절이 있었고, 그리운 추억들이 있었을 것이며, 돌아가고픈 고향이 있을 것이다. 연합군과 일본 병사가 다른 점은 어떤 정치적, 역사적 결정에 의해 이 정글 섬에서 편을 갈라 대치하게 된 것 뿐이다. 이 편을 가른 것 또한 정글에서 맞딱드렸을 때 결정난 것은 아니며, 상부 혹은 지도자들의 이윤에 따라 결정된 것이고, 국가 혹은 추구하는 이념, 목표가 다른 그들은 서로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으나 정글에서 총부리를 서로에게 겨누게 되었다. 결국 한쪽 편은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에 전쟁의 비극이 있다.

죽은 전우의 가족에게 쓰는 편지에서 병사 레키가 여자친구에게 하는 대사를 옮겨본다.

베라에게.

성 마리아 성당에서 만난지 많은 시간이 지난거 같군요.

신과 조국을 위한 이 위대한 과업은

우리를 한 열대 낙원(paradise)으로 인도했습니다.

잭 런던이 그 끔찍한 솔로몬 제도 라고 언급했던 그 어딘가입니다.

이곳은 에덴 동산입니다.

정글은 아름다움과 공포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가장 끔찍한 것은 역시 인간이죠.

적을 만났지만 그들에 대해 알게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 알아낸 것은 있습니다.

인간들은 서로에게 상상할 수 없는 것들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들에 대해 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나 스스로를 용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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